해리포터 원서 수준? 어학 점수 몇 점 이상?

사람들은 해리포터 원서를 읽으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 어학 점수가 몇 점 이상이어야 하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아직 실제로 직접 안 읽어 봤으니까 그런 것이다.

해리포터 원서를 읽으려면, '수준'을 높일 게 아니라 '관점'을 바꿔야 한다.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으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영어를 익혀야 한다. 기존 영어 수업이나 영어 시험에서 배운 영어로는 도무지 독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리포터 원서 수준을 알고 싶다면 답은 이렇다. 해리포터 원서를 술술 제대로 읽으려면 영국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 수준이어야 한다. 왜 그런지 내가 경험한 해리포터 원서 읽기 경험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해리포터 원서 1권의 통독을 거듭할수록 읽는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다. 

매번 그 방법은 달리했다.

처음 통독했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무시하고 그대로 읽어 나아갔다. 내용은 어차피 알고 있었다. 번역서로 영화로 이미 줄거리를 아는 상태였다.

두 번째 통독할 때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서 단어장을 만들어가며 읽었다. 완독일은 지난 6월 12일이었다. 재미로 읽다보니 그리 철저하게 영어를 공부하진 않았었다.

이번에 세 번째로 정독할 때는 철저하게 영어 공부용이었다. 우리말로 번역만 안 했을 뿐이지 모든 문장의 뜻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파고들어가면서 읽었다. 다음이 궁금해도 건너뛰는 것을 참았다.

그랬더니, 지난 독해가 얼마나 허술했었는지 깨달았다. 대충 뜻을 짐작하고 넘어갔던 것을 제대로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전혀 다른 뜻이었다. 아래 표현들이 그랬다.


throw caution to the winds 바람한테 주의를 주다? 대담한 행동을 하다.
under one's breath 숨 아래서? 소근소근 말하다
tell off 말해 버리다? 꾸짖다
off one's rocker 락커를 날려버리다? 제정신이 아닌
scrape through 벗겨? 간신히 시험에 통과하다
come off it.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lose one's marbles 정신줄을 놓다, 제정신이 아니다
single-handed 한 손으로가 아니라 혼자서라는 뜻이었다!
I'll get him. 복수하다
shave 간신히 모면함
neck and neck 막상막하
about-face 얼굴에 대하여? 180도!
You've got some nerve. 너 참 뻔뻔하구나.
cheek 무례함
smarten up 말쑥하게 단장하다
get in a flap 흥분하다
slug pellets 달팽이 조각이 아니라 달팽이 구충제였다!
with a start 깜짝 놀라서 / 무슨 시작을 해서인 줄로 착각!

미드영어를 모던패밀리로 시작하는 것처럼, 영어원서를 해리포터로 시작하는 것은 무모하다. 너무 어려워서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해리포터 원서 수준, 그러니까 해리포터 원서를 읽으려고 하는데 토익, 토플 같은 어학 점수가 몇 점 이상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질문을 종종 볼 수 있다. 영어원서를 읽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영어원서의 영어와 영어시험/영어공부의 영어는 같지 않다. 같은 영어를 쓰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고 따라서 나오는 어휘와 표현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해리포터에는 영국영어의 일상영어가 수차례 나온다. 영국인은 일상에서 워낙 자주 쓰기 때문에 그게 어렵다거나 낯설지 않지만, 외국인인 우리로서는 어렵고 낯설 수밖에 없다. 영국영어를 많이 자주 접했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해리포터에는 영국생활 체험이 없으면 이해하기 까다로운 영국생활영어가 나온다. 영국에서만 쓰는 비격식 뜻이나 숙어는 사전으로 간신히 찾아내면 그나마 다행이다. 못 찾으면 영영 모른다. 하필 1권에 생생한 영국생활영어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시작부터 읽는 사람 기를 죽인다. 오히려 후반부 책이 더 쉽다.

작가 본인이야 영국인이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단어와 표현이라고 썼겠지만, 외국인인 우리로서는 대단히 낯설고 처음 대하는 것들이다. 영어수업 시간에도 영어시험에서도 영어학원에서도 듣도 보도 못했던 영어표현들이다. 특히, 구어 속어 표현은 사전으로 그 뜻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기는 대단히 어렵다. 

영어원서를 이미 능숙하게 읽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만만한 책이 아니다.

영어원서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서 날마다 읽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 아니라면 해리포터 영어원서 읽기는 영어 실력을 쌓은 다음에 도전하라.

해리포터는 절대로 영어 초보자용 영어원서가 아니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리포터 영어원서 읽기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각오하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토익, 토플 만점자라고 해도 절대로 만만하게 읽히지 않는다. 이미 내용을 아니까 쉬울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해 봐라. 그렇지 않다는 걸 실감하리라.

해리포터의 재미는 워낙 막강해서 다른 영어소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계속 다음이 궁금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재미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다. 동시에 허술하게 영어공부하게 한다. 잘 모르겠다 싶으면 다음이 궁금해서 건너뛰고 읽으려 드니까.

그러니까,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었다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원서의 영어 표현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해서 대충 짐작으로 읽은 것이니까. 정말 제대로 읽었는지 테스트하고 싶다면, 앞서 나열한 영어표현을 주고 무슨 뜻인지 물어 봐라.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서 하루도 안 읽으면 죽을 것만 같은 사람만이 전7권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그 외 사람들은 아주 생고생을 해서 한 번 정도 읽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영어실력이 늘긴 사실상 어렵다. 대부분 사람들은 해리포터 원서를 그냥 대충 다 읽거나 읽다가 포기한다. 이게 정상이고 이게 현실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리포터 원서를 읽어내야 영어 실력이 늘어날까? 세 가지를 해내면 된다.


1. 철저하게 읽을 것

대충 뜻을 짐작하는 정도가 아니라 뜻을 온전하게 알아내는 정독이어야 한다. 번역서에 의존하지 말 것. 내가 만든 해리포터 단어장을 보면, 우리말 번역에 얼마나 많은 의역과 오역이 있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2. 여러 번 읽을 것

통독을 거듭해서 책 대부분을 거의 암기할 수준에 이를 것. 뭐든 잘하려면 반복 외에는 방법이 없다.

3. 영어 소리에 익숙해질 것

읽기만 해서는 듣기와 말하기가 능숙해지기 어렵다. 그리고 듣기와 읽기가 상호작용하면서 학습 효과가 배가 된다. 

해리 포터는 오디오북이 있으니까 듣고서 열심히 따라 말하면 된다.

Posted by 러브굿 영어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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