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영어원서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 미스터리 기법의 이야기 진행

@ 다른 영어원서에 비해 읽기 쉬운 편

얼불노 원서 4권을 독파한 후라서 그런지 이 정도 문장 수준의 영어 책은 술술 읽힌다. 그동안 책 한 권에 천 쪽 안팎이면서 지면을 빡빡하게 채운 영어 문장, 그것도 고어 표현과 온갖 중세 무기에 성에 전쟁 용어가 난리를 치는 글을 접하다가 이렇게 큰 글씨에, 물론 상대적으로, 요즘 쓰는 현대식 영어를 읽으니 어찌나 반가운지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미 우리말 번역본을 읽어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읽는 터라 옛날 회상을 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영어 사전을 거의 찾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어린이 책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곰돌이 푸 영어 원서만 해도 읽다가 사전을 자주 찾아야 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비결 중에 하나는 이렇게 읽기 쉽게 썼기 때문이리라.

@ 영국판과 미국판의 차이점

영국판은 제목이 미국판과 다르다. Sorcerer's Stone가 아니라 Philosopher's Stone다. 하지만 가리키는 것은 같다. 현자의 돌, 철학자의 돌, 마법사의 돌. 모두 같은 것을 의미한다.

본문에서 쓰인 단어가 영국판과 미국판이 다르다. 118쪽 trainers인데 미국판에는 sneakers다. 철자 표기도 다르다. 130쪽 centre인데 미국판은 center다. 139쪽 pyjamas, 미국 표기는 pajamas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다. 작은 차이인 듯 보이지만 은근히 신경 쓰일 수 있다. 그러니 영국식 영어가 낯설거나 싫다면 영국판은 피하라.

영국판 2014년 편집본을 선택한 이유는 표지 때문이다. 미국판 표지는 어쩐지 너무 어린이스럽고, 그렇다고 어른용 표지는 삭막하고 사인 버전은 밋밋하다. 애니메이션 분위기에 세련된 표지라서 이 영국판 페이퍼백을 샀다.

표지 그림은 6장 끝 장면이다. 이제 막 1학년 신입생들이 마법학교 호그와트 성으로 가려고 호수를 건널 배를 타려는 장면이다.

@ 마법학교 이야기

해리 포터 시리즈는 마법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는 영국의 교육제도를 닮았다. 1권에 보면 해리 포터가 11살이 되자 마법학교 1학년 1학기 교육과정을 9월 1일 시작한다.

마법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것저것 준비물 챙기고 학교 들어가서 이것저것 배우고 새 친구 사귀고. 마법이라는 단어만 빼면 학교 생활과 똑같다. 어느 학교에서 겪는 빈부격차 문제며 언제나 어느 곳에나 있는, 남 괴롭히는 거 좋아하는 인간들이 있다.

마법학교 이야기는 이미 있었다.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학교, 미하엘 엔데의 마술학교. 문제는 두 작가 모두 마법 학교 수업을 철학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통제하기 때문에 만화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반면, 롤링은 그런 제한보다는 자유로운 마법의 재미를 상상력으로 마음껏 그려냈다. 이 점은 단지 어린이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 독자를 매혹시켰고 매혹시키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마법의 망토가 나오는데, 어슐러 르 귄이나 미하엘 엔데 같으면 그런 장난감 같은 소재는 아예 등장조차 안 시킬 것이며 나왔더라도 교훈이니 균형이니 하면서 잔소리나 해댈 것이다.

@ 부모님을 죽인 볼드모트와 대결하는 해리 포터

주인공 해리 포터의 임무는 마법 학교를 졸업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볼드모트와 대결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최대한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He'll be famous - a legend - I wouldn't be surprised if today was known as Harry Potter Day in future - there will be books written about Harry - every child in our world will know his name!" 14p 소설에서 한 이 말은 현실이 되었다. 해리 포터는 전세계 어린이가 아는 이름이 되었다. 유명해졌으며 전설이 되었고 해리 포터 이야기를 쓴 책은 전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놀라운, 자기 예언 실현이다.

"There is no good and evil, there is only power." 313p 병약했던 퀴릴 교수는 권력을 숭배한다. 독일 나치즘이 그랬듯, 선악을 지우고 힘을 숭배한다. 지난 제국주의 군국주의 시대도 그랬다. 권력만을 추구하는 자들은 죽음으로 내달린다. 볼드모트와 졸개들은 권력 추구에 맹목적으로 달려들다가 자멸하는 인간형이다.

@ 미스터리 기법의 이야기 진행

롤링 여사님의 이야기 문장은 친숙하고 유머가 있으면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아이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내가 판단하기에는, 바로 이 미스터리 기법 때문이었다. 마법 이야기를 해서 인기를 얻었던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를 연속적으로 내며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 앞에 냈던 수수께끼와 힌트와 사연와 오해를 모두 풀어준다. 특히, 교수들이 만든 함정/퀴즈를 하나씩 격파해내서 마침내 마법사의 돌을 찾아내고 최후 보스랑 결투로 끝낸다.

작가가 상당히 영리하면서 친절하다. 너무 뻔히 보이는 수수께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비비꼬인 것보다야 낫고, 힌트 여러 개를 앞에 잘 배치해서 그걸 따라가며 하나씩 회수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Posted by 러브굿 영어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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